터득

2012. 5. 28. 00:37
아름다웠던 낮의 절을 뒤로하고
산사의 밤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잠자리가 바뀌면
아무래도 편하게 자기는 힘들더라.
커다란 방에 여럿이 누워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집에서처럼 눈을 채 감지 못한다.



그러던 와중에
오래전 그 사람이 생각났다.
타이밍하곤, 지랄맞게도
어쩌면 그때나 지금이나 피장파장인지 모르겠다.



그때는 모두에게 친절했던 그 사람을
나에게만 친절한 사람이라 오해하고 왜곡해서
마치 내사람인양 소유하려하고
소유하지 못하니 그렇게 씹고 매달렸었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나에게 친절한 사람은 나에게 친절한게 맞았고
나에게 등을 돌렸던 것은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왼쪽으로 자는 잠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며
잠이들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일상중에 하나라고
내가 먼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하게 스스로 사고하고 있다.



번뇌에 가득찬 내가 절에 와서
열반을 터득한 것인가.
아니면 그저 지극한 현실을
이제와서 정말 조금 알아버린 것일까



이러나저러나
잠이 오지 않은건 똑같다 젠장.
Posted by 서랍속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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